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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서유미

출간일 : 2015. 08. 07

출판사 : 은행나무

 

 

 

"결혼생활의 지속은 나를 잃지 않아야 하는 것"

 

 

홀딩, 턴을 읽고 서유미 작가에 대해 관심이 가게 되었고

그 다음 찾아서 읽게 된 책은 "틈" 이었다

 

개인적으로 출간일은 뒤이지만 홀딩, 턴을 읽고 틈을 읽은 건

우연치곤 좋은 흐름이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예기치 않은 순간에 삶의 다른 얼굴을 목격한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처음에 여자는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민규엄마는 남편에게 담배피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예기치 않은 순간과 마주치게 된다

 

 

홀딩, 턴에서 매료되었던 일상을 들여다보는 힘이 여기서도 느껴졌는데

바로 목욕탕이었다

 

나도 목욕탕을 엄청 좋아한다

지금은 아이가 생겨 가지 못한 날이 많아졌지만

결혼하기 전, 결혼하고 나서 친정에 가면 항상 목욕탕을 갔다

엄마와 여동생과 가면 이야기도 많이하게 되고 간식도 먹고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피로도 날라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가면 3시간은 기본으로 느긋하게 있다가 온다

 

 

틈에서도 목욕탕은 중요한 공간이 된다

세 여자가 마음을 주고 받게 되는 공간,

주인공이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 생각을 갖고자 할 때 찾는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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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목욕탕은 대체로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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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몸을 담근 채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면 시간도 계절도 나이도 실감나지 않았다.

세계는 작은 탕으로 축소되고 시간은 체온을 높이거나 낮출 때만 흐르는 것 같았다.

비현실적인 시공간의 어떤 틈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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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목욕탕에 있으면 바깥의 날씨가 어떨지 시간이 얼마나 흐르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그 느낌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저렇게 표현해 내는 작가님의 필력이 너무 좋았다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다

일상에서 생각나는 것을 모두 적어두었다가 글을 쓸 때 마치 옷장에서 옷을 골라 꺼내 입듯 그

 상황에 맞는 옷을 입혀준다고 했다

과연 어떤 상황에서 저런 생각을 적었을지 문득 궁금해 지기도 했다

 

 

또하나 내가 깊이 공감했던 건

책의 처음에선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여자"라고만 나오고 민규엄마, 윤서 엄마가 나온다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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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엄마가 승진이 된 뒤 민규엄마는 임정희가 되고 여자는 정윤주가 되었다.

쑥쓰러워하며 이름을 말하고 난 뒤 바로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았지만

누구 엄마라는 호칭은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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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출산 전에 결혼하면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구엄마라고 불리게 된다,

 은행에서 김**씨!하고 부르는데 내 이름인지 몰랐다 라는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지인들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난 내 이름을 지켜야지!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일을 하고 있어서 내 이름 불리는 일이 훨씬 많았지만

아이를 낳고나서 어린이집이며 또래 엄마들을 만나게 되면서

내 이름을 말하기 보다는 아현이 엄마예요, 하윤이 엄마예요 라는 말을 먼저 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린이집 엄마들과 번호를 저장하는데 누구 엄마인지는 아는데 이름을 몰라 물어보면서 저장을 했다

그때 말하는 엄마나 저장하는 나나 매우 쑥쓰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도 이름은 부르진 않지만 적어도 누구엄마! 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서 남편이 지금까지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게 좋다

 

 

아직 두 권밖에 읽진 않았지만 서유미 작가의 글의 마지막은 정해진 결말보다는

그들이 과연 어떻게 끝을 맺었을까 생각하게 하는 열린 결말로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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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임정호씨, 나 정윤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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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은 뒤 여자는 창밖을 내다봤다.

무엇에 대해 묻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정해두지 않았다.

이 대화를 통해 어떤 충격을 받고 어떤 오해가 풀리고 무엇이 달라지고 나아질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미호와 지유의 엄마가 아닌 정윤주가 임정호를 기다리고 만나서

이야기 하는 거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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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과연 그 들은 어떤 대화를 했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문득문득 궁금해진다

작가님은 이걸 염두해두고 저리 끝을 맺은게 아닌가 싶다

 

 

홀딩, 턴에선 만남과 결혼까지의 생활을 그려냈다면

틈에선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지내는 여자의 생각을 표현해 낸 것 같다

그래서 출판일은 다르지만  내용도 모른 상태에서 이 순서로 선택해 읽은 우연이 좋았다

 

올해 3개의 이야기를 내신다는 인터뷰를 보았는데

이분의 이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이야기도 궁금해지고 팬이 되었다

 

 

 

 

 

글을 쓰다보니 누군가와 둘러앉아 수다떨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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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차렷

알아두면 필요한 일상의 모든 것에 대해 나누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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